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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일본, 두 전범국의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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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일본, 두 전범국의 경우'
인천사회정책연구소 소장/칼럼니스트 조창용
1970년 12월, 나치의 피해국인 폴란드 유태인 희생자비 앞에 무릎을 꿇은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의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이 사진 한장으로 나치 만행에 대한 독일의 진정한 참회와 사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독일은 이를 계기로 승전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폴란드에 유리하게 획정된 ‘오데르-나이세 국경’을 전격적으로 인정했다. 700만명의 국민들이 폴란드로 편입되는 수모를 겪는 일이지만 사죄를 위해선 영토문제도 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후 독일 지도자들은 어두운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과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과거사 정리를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함께 사는 게 불행인 나라, 일본’
독일정부는 지도자들의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과거청산과 피해국에 대한 배상을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나치 전범에 대한 단죄는 단호하다. 그동안 2만여명을 색출해 전쟁범죄와 반(反)인류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게 했다. 이 가운데 800여명은 사형선고를 받았고, 500여명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전범에 대한 공소시효마저 없애 지금도 나치와 전쟁 중이다. 배상문제도 적극적이다. 독일 정부는 지금까지 나치 피해자 및 희생자들에게 1천4백억 마르크(약 84조원)를 배상했다. 그리고 「기억, 책임 그리고 미래」라는 25억 마르크(1조5천억원) 규모의 재단을 만들어 최근까지도 피해자들을 찾아내 배상을 해 주고 있다.
이렇듯 독일은 종전후 60여년간 과거세대가 저지른 홀로코스트(유대인대학살)에 대한 참회와 반성으로 인류 화해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같은 전범국이면서도 전혀 다른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이 저지른 과거 만행과 역사에 대해 미화하는 데 집착한다. 때로는 망언으로 때로는 역사 왜곡으로…. 일본 총리는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 영토문제 역시 억지논리로 독도 등의 영유권 주장을 통해 팽창주의 야욕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시마네현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제정과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한국과 중국인들의 반일시위는 겁 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연이어 터져 나온 각료들과 지도층의 망언으로 한국, 중국간 골은 치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졌다. 어디를 보아도 과거사에 대한 참회와 반성의 빛을 엿볼 수 없다. 오히려 자국의 이익과 패권야욕에 주변국의 주권이나 자존심을 배려하지 않는 일본의 오만함만 보일 따름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고이즈미 내각의 패권주의 정책과 무관치 않다.
이런 일본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의 태도는 인류사회가 함께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침략과 가해의 과거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전 세계에 큰 불행”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듣기에 따라서는 부시 미대통령이 일부 국가를 지목해 ‘악의 축’이라는 했던 수사보다 더한 치욕스런 평가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유아독존적인 행보’는 저질 야쿠자문화에 기인한 바 적지 않다. 야쿠자는 폭력과 금력, 권력을 등에 업고 우익의 전위대로 나서 우경화에 절대 공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는 조직만 있을 뿐 국가도 이웃도 뒷전이다. 자기네 기준이나 상식에서 벗어나면 무조건 악으로 취급하기 십상이다. 달리 말하면 자신이 선이고 자신만이 정도(正道)라는 착각이다. 이런 문화에 젖어 있는 일본이 주변국들의 아픈 과거와 고통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일 사례에서 배워야 할 일본’
결과적으로 독일과 확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의 모습에서 세계 평화는 암운을 드리울 수 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일본은 철저한 반성 속에서 탈(脫) 나치화 작업을 벌이고 있는 독일의 과거청산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사에 대해 진정한 참회와 사과, 그리고 응당한 배상이 있지 않고서는 황국화(皇國化) 망령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바이츠체커 전 독일 대통령의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결국 현재에 대해서도 눈이 멀게 된다”는 말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를 권고한다.
200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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