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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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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청과 국민의 알 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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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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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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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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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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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빼고 다 도청했다.’ 과거 안기부의 도청 행위가 몰고 온 파문이 끝 가는 데를 모르고 있다. 현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중앙정보부가 막강한 권력과 정보수집 능력을 이용해 정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행위는 정통성 없는 정권이 부린 사술(邪術)로 치부되었다. 그런데 군사 독재 정권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 문민 정부가 똑같은 사술을 부렸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겉으로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뒤로는 그런 사술을 부렸다니 그 괘씸함은 말로써 다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정치는 올바름이고(政者正也), 정의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광정(匡正)에 있으니 안기부의 불법 도청 행위는 진실을 가리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함으로써 권력자와 권력기관이 다시는 그러한 사술을 부릴 요량을 아예 못하도록 일벌백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밝혀진 도청 사건에 대한 법 형식적 처리의 방향과 과제는 이처럼 단순하다. 하지만 이번 파문을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은 사건의 본질이 다른 데 있다고 믿는다. 단순 불법 도청 사건이라는 외피 이면에는 거대 재벌 기업과 유력 언론이 밀착하여 정권 창출을 조종하거나 조작하려는 시도가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 명문 고교를 연(緣)으로 하는 검찰 수뇌부를 관리해온 사실과 권력을 사주해서 경쟁 기업의 인수를 도모하였다는 점이 이 사건 녹취록에 드러나 있다. 한마디로 세간에 풍문으로만 떠돌던 것들의 진실이 그 꼬투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군사 독재 정권 시절에 그 하수인으로 권력에 아부하던 사회 세력이 민주화된 시대에 그동안 축적된 힘(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빌려 스스로 권력을 창출하고 조작하려는 새로운 모습을 이번 도청 사건 파문은 보여주고 있다. 아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동안 풍문으로 돌던 사실이 확인되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정경유착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파문은 정치권 주도의 과거 정경유착이 이제는 기업 주도의 정경유착으로 흐를 가능성, 다시 말하자면 명실상부한 금권정치의 출현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학연을 매개로 해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검찰)을 매수 관리하려는 시도를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잘못이다(過而不改 是爲過也)’라고 말한 공자의 가르침이 새롭다. 통신비밀보호법의 논리에 따르면 불법 도청된 자료를 처벌의 증거물로 삼을 수 없다. 이 논리를 충실히 따르면 도청 행위와 도청된 자료를 공표하는 행위만이 처벌될 수 있을 뿐 그 내용에서 드러난 권력과 기업, 언론 기관의 불법 비리는 도청 자료로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런 법 형식 논리에 집착해서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회피할 경우 우리는 몇 세대에 걸쳐 누를 끼치는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강권(强權), 즉 무소불위의 군권을 이용한 군사정권을 종식시키고 난 자리를 금권(金權)과 언권(言權)이 차지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탄생한다면 그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벌과 일부 언론 권력이 정도를 벗어나 사술(邪術)로써 국민을 기망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흔드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도록 하는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이것이 공자의 가르침이다.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경향신문 2005.08.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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