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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알몸노출' 국민 모독 행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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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알몸노출' 국민 모독 행위
동국대 윤리학 교수 구승회
지난달 30일 MBC TV의 ‘생방송 음악캠프’에서 남성 백댄서 2명이 바지를 내리고 12초 동안 성기를 내보인 채 춤을 추었다. 20대의 청년이 공중파 방송에 나와 이같이 하는 장면은 세계 방송사상 유례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이 장면은 아무런 제지도 없이 안방에 전달되었다. 방송법상 ‘청소년 보호 시간대’에 부모들과 함께 시청하던 청소년들은 심한 당혹과 모욕을 느꼈다. 이는 단순한 방송사고가 아니라 음란행위를 통해 국민 전체를 모독한 중대 사고다.
이에 대해 우리는 즉각 카메라를 바꾸지 않고 계속 방영했다는 점에서 ‘제작진 일부의 고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초기 출연자 대표는 “생방송인 줄 몰랐다”고 횡설수설하는가 하면, 담당 PD는 사고를 낸 출연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우발적이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방송사 스스로도 여러 정황을 증거로 제시하며 ‘고의’를 의심하고 있다.
정말로 불가항력적인 우발 사고였다면, 긴급한 상황에 대비하는 MBC 내부 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의 정책을 홍보하는 시사·토론 프로그램 혹은 일부 신문비판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무서운 치밀함, 발로 뛰는 성실함, 끝까지 추적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더라면 ‘생방송 음악캠프’도 이런 인재(人災)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MBC 측은 “통제가 불가능한 생방송 도중 사전에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상황으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는 사과방송을 하고 프로그램 중단을 결정하였으며, 제작 관계자를 징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국민의 모욕감을 씻을 수는 없다.
유럽의 방송법에는 음란물을 방영한 방송사에 대해 광고 중단과 영업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방송법에는 방송위원회가 시청자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중지하거나 편성책임자 징계를 명령하거나 권고하는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밖에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물의를 일으킨 출연자를 방송법으로 처벌할 조항조차 없다.
따라서 우리는 방송위원회의 징계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 출연자는 물론이고 MBC는 음란물 방영죄로 형사처벌 받아야 하며, MBC를 상대로 피해보상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KBS TV의 드라마 ‘올드 미스 다이어리’에서는 아이를 맡기고 직장을 다니는 며느리가 아이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어머니의 뺨을 후려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대본을 쓴 작가, 연출한 PD, 연기한 배우, 아니 그것을 사전에 검열해야 하는 방송사의 심의실 사람들이 함께 공모하여 저지른 가족윤리 파괴 공작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현 정부 들어 방송의 오만과 방종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방송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과 우호적인 방송이라는 편가르기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 그동안 정부는 비판적인 신문에는 신문관련법을 만들어 재갈을 물리는 대신에 우호적인 방송에 대해서는 심의와 규제를 위한 제도 마련에 무관심했다.
그동안 수차에 걸쳐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현행 방송법, 정권의 언론관, 언론정책으로는 방송의 오만과 독선에 제동을 걸 수 없으며 패륜·퇴폐·음란으로 치닫는 공영방송의 선정주의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
해외토픽이 되어버린 부끄러운 사건을 계기로 방송계와 정부, 정치권이 나서서 공영방송의 오만을 견제하고, 역할과 책무를 분명히 하는 총체적인 점검과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불리할 때는 공영방송임을 자처하다가도 시청률 경쟁, 광고 수주 경쟁에서는 상업방송으로 돌변하는 MBC의 정체성 문제도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200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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