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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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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사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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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회수
2543
[春]
江湖(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興(흥)이 절로 난다
濁 溪邊(탁료계변)에 錦鱗魚(금린어) 안주로다
이 몸이 한가해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夏]
江湖(강호)에 녀름이 드니 草堂(초당)에 일이 업다
有信(유신)한 江波(강파)난 보내나니 바람이로다
이 몸이 서날해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秋]
江湖(강호)에 가알이 드니 고기마다 살져잇다
小艇(소정)에 그믈 시러 흘리 띄여 더뎌 두고
이몸이 消日(소일)해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冬]
江湖(강호)에 겨울이 드니 눈기? 자히 남다
삿갓 빗기 쓰고 누역으로 오슬 삼아
이 몸이 칩지 아니해옴도 亦君恩(역군은)이샷다

● 전문 풀이
[春詞]
강호에 봄이 찾아드니 참을 수 없는 흥겨움이 솟구친다.
탁주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에 싱싱한 물고기가 안주로 제격이구나.
다 늙은 이 몸이 이렇듯 한가롭게 지냄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夏詞]
강호에 여름이 닥치니 초당에 있는 늙은 몸은 할 일이 별로 없다.
신의 있는 강 물결은 보내는 것이 시원한 강바람이다.
이 몸이 이렇듯 서늘하게 보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다.

[秋詞]
강호에 가을이 찾아드니 물고기마다 살이 올랐다.
작은 배에 그물을 싣고서, 물결 따라 흘러가게 배를 띄워 버려 두니,
다 늙은 이 몸이 이렇듯 고기잡이로 세월을 보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冬詞]
강호에 겨울이 닥치니 쌓인 눈의 깊이가 한 자가 넘는다.
삿갓을 비스듬히 쓰고 도롱이를 둘러 입어 덧옷을 삼으니,
늙은 이 몸이 이렇듯 추위를 모르고 지내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 구조 분석
[春詞]
초장 : 봄이 되니 흥이 절로 남
중장 : 물고기를 안주로 탁주를 마심
종장 : 임금의 은혜

[夏詞]
초장 : 여름이 되니 일이 없음
중장 : 강 물결이 바람을 보냄
종장 : 임금의 은혜

[秋詞]
초장 : 가을이 되니 고기가 살이 오름
중장 : 작은 배에 그물을 싣고 흐르게 내버려 둠
종장 : 임금의 은혜

[冬詞]
초장 : 겨울이 되니 눈 깊이가 한 자가 넘음
중장 : 삿갓을 쓰고 도롱이를 입음
종장 : 임금의 은혜

● 해설
작자는 좌의정에까지 오른 재상이면서도, 그 생활은 청렴 결백하여 만인이 우러러 보았던 인물이다. 이 <강호사시가>는 이런 작자가 만년에 벼슬을 내놓고 고향에 돌아가 한가한 세월을 보낼 때 지은 것이다.

[1] 봄철을 맞아 강가에 나아가 물고기를 안주로 삼아 탁주를 마시는 즐겁고 한가한 생활을 노래함.

[2] 무더운 여름철에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오는 초당에 앉아 더위를 잊고 있는 한가함을 노래함.

[3]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가을철에 강가에 배를 띄워 놓고 고기잡이를 하는 즐거움을 노래함.

[4] 북풍 한설이 몰아치는 겨울에도 삿갓과 도롱이로 추위를 막을 수 있으니 이 아니 행복한가 하고 끝맺음.

● 작품 감상
우리 나라 최초의 연시조라는 점에서 국문학사상의 의의를 가지는 이 노래는 강호에서 자연을 즐기며 임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어,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이르던 때의 시조풍이던 충의 사상(忠義思想)이 잘 나타나 있다. 春 夏 秋 冬 계절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존재하는 조화로움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구성상 특징에서 기인한다고 하겠나, '亦'이란 표현에서 더욱 돋보인다고 하겠다. '亦'이란 '전에나 다름없이'라는 의미를 간직하는 것으로 시적 자아는 강호에서 한가롭게 자연을 즐기기 전에도 임금의 은혜를 입었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安分知足(안분지족)하는 은사(隱士)의 유유 자적(悠悠自適)한 생활과, 비록 은둔하여 있으나 임금을 향한 충의(忠義)의 정신을 잊지 않고 있는 유학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의의
① 최초의 연시조(聯詩調)로써 이황의 <도산십이곡>과 이이의 <고산구곡가>에 영향을 준 작품이다.
② 유가(儒家)의 강호가도(江湖歌道)의 선구가 된다.

● 시어 풀이
*江湖(강호) : 벼슬을 물러난 한객(閑客)이 거처하는 시골. 자연.
* 濁醪溪邊(탁료계변) : 막걸리를 마시며 노는 시냇가.
* 錦鱗魚(금린어)ㅣ : 싱싱한 물고기가.
* 閒暇(한가)해옴도 : 한가함도.
* 亦君恩(역군은)이샷다 : 역시 임금의 은혜이시도다.
* 草堂(초당) : 은사들이 즐겨 지내던 별채.
* 보내나니 : 보내는 것이.
* 서날해옴도 : 서늘해짐도. 시원함도.
* 살져 잇다 : 살이 쪄 있다. 살이 올라 있다.
* 흘니 : 흐르게.
* 더져 두고 : 내바려 두고.
* 자히 : 한 자가.
* 남다 : 넘는다. 더 된다.
* 누역 : 도롱이.

● 각 연의 제재
[춘] 천렵(川獵) [하] 초당(草堂)의 한거(閑居) [추] 고기잡이 [동] 소박한 강촌 생활

● 각 연의 주제
[춘] 흥겹고 한가한 강호 생할
[하] 강바람을 마시며 초당에서 한가로이 지내는 강호의 생활
[추]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며 소일(消日)하는 강호의 생활
[동] 성경을 완상하며 유유 자적하는 강호의 생활

● 핵심 정리
◁ 작자 : 맹사성(1360∼1438)
◁ 출전 : <병와가곡집>, <청구영언>
◁ 종류 : 평시조, 연시조(4수로 됨)
◁ 성격 : 강호가. 강호 한정가, 강호 연군가
◁ 제재 : 사시(四時)의 강호 생활
◁ 주제 : 강호 한정(江湖閒情), 안분지족하는 은사의 유유 자적한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