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제--목
|
김동인-태형 |
|
|
메--일
|
|
|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수
|
2600 |
|
|
|
◈ 태 형 - 김동인 ◈
■줄거리
"기쇼오(起床)"
잠은 깊이 들었지만 조급하게 설렁거리는 마음에 이 소리가 조그맣게 들린다. 나는 화다닥 놀래어 깨었다가 또 다시 잠이 들었다.
"여보, 기쇼오야, 일어나오."
잠도 교대로 누워서 자야만 되는 다섯 평이 좀 못되는 비좁은 감옥 속에 미결수로서 판결을 기다리는 나는 극심한 여름의 더위가 겹친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 감옥에는 나를 비롯하여 마흔 한 명의 죄수가 있는데 잠도 교대로 자야 한다. 심지어는 자지 않고 서있기로 한 죄수들도 서있는 채로 잠들기도 하고 변기 위에 앉아있던 사람도 졸다가 변기 위로 떨어진 그대로 자기도 한다. 이들은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공판을 기다린다.
한 노인이 태형 90대의 판결을 받고 이를 항소하자, 나를 비롯하여 같이 있던 죄수들이 자리가 좀 넓어진다는 이유를 들면서 노인의 행동을 비난한다. 사실, 노인에게는 태형이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가혹한 것이었다. 아들도 죽었는데 노인 혼자 살면 무엇하냐고, 노망이 났다고 노인을 비난하자 결국, 노인은 굴복하여 공소를 취하하고 태형에 처해진다. 태형당하는 노인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조그만 편안함을 위해 노인을 내보낸 자신의 이기성과 비정함을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그를 내어쫒은 장본인이 나였었다. 나의 머리는 더욱 숙여졌다. 멀거니 뜬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려 하였다. 나는 그것을 막으려고 눈을 힘껏 감았다. 힘있게 닫힌 눈은 떨렸다.
■해설 1
이 작품은 훗날 발표하는 [감자]와 함께 환경이 인간의 윤리 의식을 박탈해 가는 과정에 대한 관찰의 기록이다.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감수하여 살아가는 죄수들을 설정해 놓고,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양심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즉, 환경 결정론적 인간의 본성을 그린 작품이다. 다른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보다는 자신의 조그만 편함에 더 관심을 가지는 인간들을 설정하여 인간의 도덕성에 관한 질문을 제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는가를 우리에게 고발하는 사실주의 경향의 소설이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나는 고개를 숙임으로써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나타낸다. 이는 작가의 '환경 결정론'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 작품은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이 감옥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독립 만세를 부르다가 잡혀온 사람들이어서 작가가 일제에 대하여 마음속으로나마 항거한 흔적을 찾게 한다.
■해설 2
[태형]은 1922년 12월부터 1923년 4월까지 4회에 걸쳐 <동명>에 발표된 단편 소설이다. '옥중기의 일절'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김동인의 3.1운동 체험은 항일적 시대 분위기에 맞게 구성한 옥중기의 한 토막이다.
[태형(笞刑)]의 어휘적 개념은 대쪽으로 볼기를 치던 형별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글은 무더운 여름철 어떤 감옥을 배경으로 감방에 갇힌 '나'의 눈을 통하여 감방 안의 죄수들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을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하였다. 또한, 작중 화자인 '나'의 갈등을 첨예하게 대립 시켜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도덕적 양심'을 중심사상으로 하고 있다.
흔히 [태형]은 [감자]와 함께 김동인의 자연주의 경향이 반영된 작품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자연주의 경향은 실증주의 내지 과학적 측정의 원리에 근거하여 삶의 국면을 관찰하고 해부하는 태도를 말한다. 대체로 자연주의 경향의 소설은 빈민, 가난, 질병 인간의 야수성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태형] 역시 작품의 배경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죄수)의 심리 변화는 자연주의 경향을 보여준다.
주인공 '나'는 질식할 것 같은 5평의 감옥에는 스무 사람이었다가, 점차 마흔 한 사람으로 늘어나자 한숨도 못 쉴 정도라고 불평하며 괴로워한다. 여기에 여름철 더위와 피부병, 심한 갈증, 수면 부족 등이 겹쳐 고통이 날로 극심해 졌다. '나'로써는 이러한 고통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인도적 처사요, 체포되어 들어온 사람이 줄지 않고 늘어가는 현상은 바깥 세상이 무자비하고 냉혹한 탄압이 점점 심해져 간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감방 안에 있는 죄수들은 악취가 나서 코를 들 수 없는 상태에서 파리가 날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것을 본 죄수들은 파리들이 마음껏 날 수 있는 자유가 있음을 보고 부러워 한다. 그들의 소망은 바깥 세계로 나가서 자유를 얻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들은 비좁은 감방이 조금이라도 넓어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감방이 넓어지려면 죄수들 중에 누군가 없어져야 하며, 이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칠십이 된 노인이 태형 90대를 맞는 형벌이 가해지자, 이를 피하려고 항소하게 된다. 이것은 죄수들의 희망을 저버리는 행위이므로 '나'는 동료들과 합께 그 노인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나' 자신이 이기심과 비정함이 다른 죄수들과 함께 하여 노인의 처지는 무시한 채 죽음의 길로 몰아 넣은 것을 후회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의 사상적 배경은 민족주의 이념을 밑바탕에 두고 3.1운동 당시의 옥중 생활을 소재로 하여 일제의 비인도적 형벌의 격심함을 고발하고 있다.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 보면, 특별히 애국적 신념이 없는 사람이라도 3.1운동을 체험한 세대의 작가로서는 일본의 무자비하고 강압적인 만행을 목격했을 때 항일 의식은 자생적으로 성장했으리라. 이러한 항일 의식은 일제치하에서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고정적 인물을 등장시켜 이념의 지속적 행동을 묘사 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작가는 3.1운동이라는 민족적 과제와 무고한 혐의로 감방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인권 문제를 연관시켜 이념과 현실에서 오는 격차감 내지 이질감을 증언하고, 나아가 일제의 악랄한 탄압상을 고발한 것이다.
작가 김동인의 작품 속에 일제 식민지 시대의 비인도적이고 무자비한 만행을 묘사한 소설로는 [태형]을 비롯하여, [젊은 그들](1931), [붉은 산](1932), [운현궁의 봄] (1934) 등이 있다.
■등장인물
* 나 - 미결수. 이기적이고 비정함. 이 소설의 주인공이며, 동적인물, 자신만의 편안함을 위해 노인을 태형장으로 몰아넣은 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괴로워하는 인물.
* 노인 - 태형을 받지 않으려고 항소했으나 다른 죄수들의 이기심과 질시의 눈 때문에 자포자기한 인물.
■핵심정리
*주제 : 극한 상항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과 도덕적 양심.
*배경 : 무더운 여름철 어떤 감옥 안. (공간적 배경은 감옥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사건이며, 시간적 배경은 일상적인 인간의 시간이다.)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성격 : 사실적 / *갈래 : 순수 소설, 단편 소설
*구성 : 단순 구성, 평면 구성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