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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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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나의 침실(寢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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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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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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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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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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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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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 속에만 있어라
'마돈나' 지금은 밤도 모든 목거지에 다니노라 피곤하여 돌아가련도다.
아, 너도 먼동이 트기 전으로, 수밀도(水密桃)의 네 가슴에, 이슬이 맺도록 달려오너라.
'마돈나' 오려무나. 네 집에서 눈으로 유전(遺傳)하던 진주(眞珠)는, 다 두고 몸만 오너라.
빨리 가자,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는 두 별이어라.
'마돈나' 구석지고도 어둔 마음의 거리에서 나는 두려워 떨며 기다리노라.
아, 어느덧 첫닭이 울고 --- 뭇 개가 짖도다. 나의 아씨여, 너도 듣느냐.
'마돈나' 지난 밤이 새도록, 내 손수 닦아 둔 침실로 가자, 침실로!
낡은 달은 빠지려는 데, 내 귀가 듣는 발자국 --- 오 너의 것이냐?
'마돈나' 짧은 심지를 더우잡고 눈물도 없이 하소연하는 내 마음의 촛불을 봐라.
양털 같은 바람결에도 질식(窒息)이 되어 얄푸른 연기로 꺼지려는도다.
'마돈나' 오너라. 가자, 앞 산 그르매가 도깨비처럼 발도 없이 이 곳 가까이 오도다.
아, 행여나 누가 볼는지 --- 가슴이 뛰누나,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마돈나' 날이 새련다, 빨리 오려무나, 사원(寺院)의 쇠북이 우리를 비웃기 전에.
네 손이 내 목을 안아라. 우리도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로 가고 말자.
'마돈나' 뉘우침과 두려움의 외나무다리 건너 있는 내 침실, 열 이도 없느니!
아, 바람이 불도다. 그와 같이 가볍게 오려무나, 나의 아씨여, 네가 오느냐?
'마돈나' 가엾어라, 나는 미치고 말았는가, 없는 소리를 내 귀가 들음은 ---.
내 몸에 피란 피 --- 가슴의 샘이 말라 버린 듯 마음과 몸이 타려는도다.
'마돈나' 언젠들 안 갈 수 있으랴, 갈 테면, 우리가 가자, 끄을려 가지 말고!
너는 내 말을 믿는 '마리아' --- 내 침실이 부활(復活)의 동굴(洞窟)임을 네야 알련만…….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그는 목숨의 꿈이 다르지 않느니,
아, 어린애 가슴처럼 세월 모르는 나의 침실로 가자,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마돈나' 별들의 웃음도 흐려지려 하고, 어둔 밤 물결도 잦아지려는도다.
아, 안개가 사라지기 전으로 네가 와야지, 나의 아씨여, 너를 부른다.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작가 : 이상화(李相和, 1901∼1943)
운율 : 내재율
어조 : 간절하게 호소하는 어조
성격 : 낭만적, 상징적, 감상적, 역설적
제재 : 마돈나, 침실
주제 : 아름답고 영원한 안식처에 대한 바람
출전 : [백조] 3호(1923. 9)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이상화의 초기 대표작으로 <백조>의 동인들에게 나타나는 감상적 낭만주의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 준다. 총 12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자가 '마돈나'라는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대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돈나'는 '나의 부인'이란 뜻의 이태리 어인데 흔히 귀부인을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나의 아씨'와 '마리아'로 불리며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여인으로 등장한다.
이 시에는 '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은 오직 꿈 속에만 있어라'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아름답고 오랜 것'은 침실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7연과 11연에서 각각 '이 밤과 같이 오랜 나라'와 '아름답고 오랜 거기'로 표현된다. 여기서 침실은 시의 전반부(1∼6연)에서는 관능적 쾌락의 장소로 볼 수 있지만, 후반부(7∼12연)에서는 '언젠들 안 갈 수' 없는, '세월 모르는' 등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죽음의 세계로 나타난다. '꿈'은 11연에서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사람이 안고 궁그는 목숨의 꿈'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각각 잠들어 꾸는 꿈, 이상, 죽음을 가리킨다. 이렇게 볼 때, 화자는 고통스러운 현실 세계와 아름답고 자유로운 이상 세계의 대립 속에서 자신이 꿈꾸는 이상을 죽음에 투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때의 죽음은 생명의 종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것처럼, 그것은 '부활의 동굴'로서 이상을 향한 간절한 염원의 역설적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마돈나'가 이 세상에 실재하는 여인이 아닌 것처럼 죽음이 곧 이상의 실현일 수는 없다. 실제에서 그것은 절망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같은 시를 발표하면서 일제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의 의지를 표출하기도 하는데, 이는 [나의 침실로]에 드러나는 감상적 낭만주의와는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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