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공지사항 일정관리 자유게시판 방명록
현대시
현대소설
 

2006년 04월 28일
--
정지용-카페 프란스
--
작성자

조회수
790
옮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비뚜로 선 장명등(長明燈)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쉬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비쩍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에 흐느끼는 불빛
카페 프란스에 가자.

이놈의 머리는 비뚜른 능금
또 한 놈의 심장은 벌레 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오오 패롵[鸚鵡] 서방! 굳 이브닝!"

"굳 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울금향(鬱金香) 아가씨는 이 밤에도
경묘(更紗) 커튼 밑에서 조시는구료!

나는 자작(子爵)의 아들도 아무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大理石) 테이블에 닿는 내 뺨이 슬프구나!

오오, 이국종(異國種) 강아지야
내 발을 빨아다오.
내 발을 빨아다오.


★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작가 : 정지용(鄭芝溶, 1902∼1950)
운율 : 내재율
성격 : 상징적
제재 : 카페
주제 : 이국의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지식인의 외로움과 슬픔
출전 : [정지용 시집](1935)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정지용이 유학 생활 중 발표한 것으로 그의 데뷔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에서 정지용은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고 이 외래어에 방점을 각각 찍어 강조하고 있다. 또한 카페라는 대상 자체도 당시의 우리나라 분위기에서는 매우 낯선 대상이다. 이러한 것들은 작자가 이국적 분위기를 강조하여 이 시의 무대가 해외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는 전체를 내용상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는데 전반부는 카페 밖에서 카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후반부는 카페 내부에서의 일을 담고 있다. 각 연의 시어를 살펴보면 '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비뚜로 선 장명등',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멘트에 흐느끼는 불빛' 등으로 다른 곳으로부터 전이된 공간, 또는 화자가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곳임을 알게 한다. 후반부의 카페 내부에서도 화자는 앵무새와 이질적 대화를 하고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역시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화자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러한 기법으로 화자는 카페의 퇴폐적 분위기와 이국적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 타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슬픔은 모국에서보다 더욱 절실해진다. 또한 나의 조국이 현재 비극적 역사의 상황을 겪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화자는 이러한 이국적 분위기를 고조시켜 비애의 감정을 더 크게 느끼게 하고 더불어 돌아갈 조국이 없는 지식인의 슬픔이 절정에 이르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