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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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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기항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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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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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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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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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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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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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寄港地) 1
작가 소개
황동규(黃東奎 1038- ) 시인. 교수. 서울 출생. 서울대 영문과와 동대학원 졸업. <현대문학>에 “즐거운 편지”등이 추천되어 등단. 문명적 소재를 취하면서도 새로운 서정의 세계를 구축하여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높이고 있음. 시집에 <어떤 개인 날>, <비가(悲歌)>, <삼남(三南)에 내리는 눈>,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 <풍장(風葬)> 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사랑의 뿌리>, <김수영의 문학> 등이 있음
시 전문
걸어서 항구(港口)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 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碇泊) 중의 어두운 용골(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 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서정적. 주지적. 감각적 회화적
어조 :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
심상 : 묘사적, 시각적 심상
표현 : 내면적 고백보다는 객관적 묘사에 의존하고 있음. 외면적 풍경을 통해 시인의 내면을 암시하고 있음. 사물을 의인화하여 서정적 자아의 내면적 정서를 담고 있는 매개물로 사용
구성 :
1연 항구에 도착
2연 쓸쓸한 항구의 풍경
3연 우울한 마음으로 배에 다가감
4연 항구를 들여다보고 있는 배
5연 눈송이를 따르는 새(암울한 의식의 정화)
제재 : 항구의 밤 풍경
주제 : 여행지 항구의 밤 풍경이 주는 황량감
출전 : <현대문학>(1967)
이해와 감상
이 시의 중심 이미지는 정박해 있는 배이며, 분위기 상으로는 그 배의 앙상함이 주는 쓸쓸함과 겨울밤의 눈송이가 주는 황량함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항구의 밤 풍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화자의 모습 역시 어딘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러한 모습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어둡고 암울한 현실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지성(知性)의 상징일 수도 있다. 시의 소재들이 환기하는 막연함, 차가움, 덧없음 등의 정서는 시적 화자의 암울한 심리적 상황을 암시하여 준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배’가 중심적인 대상으로 제시되면서 오히려 서성거림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전환된다. 용골이 솟은 채로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는 배의 이미지는 현실을 버티어 내는 견고함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로부터 비로소 화자의 암울한 의식은 하늘을 나는 새를 통해 정화되게 한다.
각 연으로 나누어 감상해 본다.
1연은 여행 중에 화자가 항구에 도착했음을 표현한 부분이다. 젊은 날의 방황하는 가운데 들른 이름 없는 항구일 수도 있다.
2연은 쓸쓸하고 황량한 항구의 정경이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항구의 풍경은 화자의 암울한 심정이 이입된 것이기도 하다.
3연은 화자의 암울한 심정이 외부적 행동으로 잘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다. 빳빳안 지전을 구기고 반 밖에 태우지 않은 담배를 꺼 버리는 행위는 방황하는 인간의 황량한 정서를 엿볼 수 있게 한다.
4연은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이 모두 항구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화자가 갖는 대목이다. 피사체로서의 배가 오히려 주체가 되어 항구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의 ‘배’는 화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방랑자’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정착을 갈구하는 화자의 심리가 ‘배’를 통해서 암시된다.
5연은 희끗희끗 흩날리는 눈송이를 따라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며 암울했던 마음이 비로소 다소나마 정화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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